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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Valuation 공부

내 기업의 적정주가는 얼마일까? (PER의 유용성과 한계점)

by 2Ants 2021.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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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내가 투자한 기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글을 좀 써보려고 합니다.


스스로가 어느정도 좋은 기업을 보는 눈은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업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싸게 사고 비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항상 고민이 많았습니다. 한 때는


"어차피 나는 좋은 기업에 장기투자 할 것이기 때문에 Valuation이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현재 어느정도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어떤 가격이 적정 주가인지를 본인 스스로 정해놓으면 일종의 '투자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락장에서는 본인의 Position을 늘리고 Overshooting 구간에서는 차익을 실현하면서 유동적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투자를 하다보면 항상 듣는 말이 있죠.


"그 기업은 PER가 너무 높아, 고평가야."

과연 PER가 높다고 고평가일까요? 기업 가치평가는 생각보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도 단순히 PER 하나만 가지고 기업의 Valuation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일 업종에서 PER가 높더라도, 훨씬 더 매력적으로 평가받는 기업은 무수히 많으니까요. 따라서 각각의 Valuation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파악하고 기업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입하면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PER (Price Earning Ratio)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PER부터 보겠습니다. (PER와 PSR, PBR을 구하는 산식은 따로 다루지 않겠습니다)


PER를 통한 가치평가는 당기순이익을 이용하여 현재 주가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입니다. 기업의 가치는 결국 "매년 얼마나 돈을 버냐" 즉, Earnings에 의해 결정된다는 논리입니다. 틀린 말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매년 100만 원을 버는 기업보다 1,000만 원을 버는 기업의 주가가 더욱 비싸야 정상적이니까요. 또한, 주주들에게 투자의 대가를 돌려주는 '배당' 역시 Earnings에서 할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Earnings가 기업의 가치평가에 가장 핵심이 되어야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PER는 많은 부분에서 한계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Earnings가 없는 기업(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인 기업)을 평가할 수 없다.

2)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3) 기업과 산업의 성장률을 고려하지 않는다.

4) Cash flows를 고려하지 않는다.



1) Earnings가 없는 기업(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인 기업)을 평가할 수 없다.


PER은 말 그대로 1주 당 Earnings를 현재 주가로 나누어서 적정 가치를 구해냅니다. 하지만 Earnings가 마이너스인 기업은 분모가 -가 나오기 때문에 PER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PER 대신에 다른 지표를 활용하여 구해줘야 합니다.


이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은 'PSR(Price Sales Ratio)'입니다. 현재 주가를 당기순이익(Earnings)이 아닌 매출(Revenue)로 나눈 것으로서, 분모가 주당순이익이 아닌 주당매출액이 되는 것이죠. 주로 상장한지 얼마 안 됐거나, 매출이 중요한 산업을 비교할 때 많이 사용됩니다.


얼마 전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Coupang)을 예시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쿠팡의 경우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입니다. 따라서 Earnings가 없기 때문에 P/E Ratio 역시 없습니다. 하지만 Earnings가 양수라고 할 지라도, 쿠팡을 Valuation할 때 PER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입니다. 그 이유는 당기순이익(Earnings)은 매우 많은 비용 지출이 반영된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당기순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판매비와 관리비, R&D 등의 투자비용, 영업외손익, 세금 등 제할 수 있는 금액을 모두 제하고 남은 금액입니다. Coupang의 경우 높은 매출이 나와도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물류 창고를 짓고, 마케팅을 하는 등 투자를 엄청나게 쏟아붓기 때문에 Earnings가 마이너스가 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쿠팡뿐 아니라 현재 국내 E-commerce 산업은 네이버, 쿠팡, 이베이 등이 치열하게 M/S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 중입니다. 적자가 나더라도 M/S를 독보적으로 올릴 수만 있다면, 돈은 향후에 M/S를 확보한 후 벌면 된다는 마인드죠. 경쟁자가 있을 때는 배달료를 1,000원이라도 올릴 경우 고객 이탈이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아마존과 같이 독보적인 기업이 된다면 가격을 올려도 고객 이탈이 되지 않겠죠. 즉, 현재의 Negative Earnings는 미래를 위한 투자인 셈입니다. 이런 산업에서 과연 PER로 기업 가치 평가를 하는 것이 맞을까요? 다음의 표를 보시죠.

 

항목 기업 A 기업 B
시가총액 1,000억 1,000억
매출액 200억 500억
투자 비용 - 350억
기타 비용 100억 100억
당기순이익 100억 50억


A라는 기업과 B라는 기업이 동일한 가격(시가총액)이라고 가정해봅시다. A라는 기업은 매출이 200억이지만, 투자 비용에는 어떠한 지출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반면에, B라는 기업의 매출은 500억이지만 그 중 350억을 미래를 위해 투자하면서 당해 남은 순이익은 50억입니다.


이 경우, A기업의 PER은 10(시가총액/당기순이익), B기업의 PER은 20(시가총액/단기순이익)이 됩니다. 과연 B기업이 A기업에 비해 두 배 고평가 된 것일까요? 이 부분은 투자자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이게 정답이다!"라고 할 순 없지만, 어찌됐든 PER은 이처럼 많은 부분을 간과하기 때문에 단순히 PER가 높으면 고평가다라는 논리는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2.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위의 쿠팡 예시도 결국엔 같은 얘기지만, 결국엔 PER는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만약 위의 A기업과 B기업이 E-Commerce 산업이 아닌 전통 산업이었다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땅한 예시가 떠오르지 않아서 '연탄' 산업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연탄 산업의 경우 연탄을 제조하는 공장이 제대로 증설되어 있으면 딱히 R&D를 하고 마케팅을 할 이유가 별로 없는 산업입니다. 따라서 불필요한 투자지출보다는 매출액에서 당기순이익을 최대한 보존하여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해주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 될 수 있겠죠.


만약 연탄 산업이라고 생각했을 때 B기업의 Income statement를 보면 "이 기업은 아직 연탄 공장이 제대로 안 되어있나?"혹은 "기존의 공장 내용연수가 끝나서 공장에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B기업보다는 A기업이 투자에 적절할 수 있으며, PER를 적용하기 알맞을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가치평가든 기업의 산업 특성을 이해하고, 지출 사항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유의미합니다.(단순히 PER만 가지고 평가할 수가 없다는 것)



3. 기업과 산업의 성장률을 고려하지 않는다.

  19년 Earnings 20년 Earnings 21년 Earnings
기업 A 600억 300억 100억
기업 B 10억 50억 100억

 

위의 표를 보시겠습니다. 기업 A는 20년에는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50%가 되었고, 21년에는 무려 66% 가량이 감소했습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 당기순이익에는 다양한 요인이 포함되기 때문에 이 자료로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기본적으로 드는 생각은 "죽어가고 있는 기업이구나..."라는 느낌이 듭니다.


반면에 기업 B는 20년엔 당기순이익이 무려 5배가 증가하였으며, 21년에도 2배의 순이익 성장이 이뤄졌습니다.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두 기업이 같은 가격이라면, 여러분들은 A기업을 사시겠습니까? B기업을 사시겠습니까?


두 기업의 시가총액과 발행주식수가 같다면, 둘의 PER역시 동일한 가격일 것입니다. 하지만 99%의 투자자들은 기업 B를 사길 원할 것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B의 가격이 올라가고 PER역시 동달아 상승하겠죠. PER는 당해년도의 당기순이익과 주가를 이용해서 구하는 값이기 때문에, 기업의 순이익의 증감 방향과 속도를 철저히 무시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PER만 가지고 기업을 평가하다보면, 왜곡이 많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Earnings의 증감과 속도를 무시한다는 PER의 문제점으로 인해 고안된 PEGR이라는 지표가 있는데, 이것까지 다루기엔 분량이 충분히 긴 것 같아 다음 기회에 다시 다루겠습니다.



4. Cash flows를 무시한다.


마지막으로는 PER는 기업의 Cash flows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앞선 내용이랑 크게 다르진 않은데, 어찌됐든 PER에는 기업의 투자활동(Cash from Investing), 영업활동(Cash from Operation), 재무활동(Cash from Finance) 현금흐름 등이 반영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PER의 기준이 되는 Earnings는 조작되기가 너무나 용이합니다.


앞선 예시대로 투자활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Earnings가 높게 나올 수도 있고, 은행에서 차입(돈을 꾸는 것)함으로써 Earnings가 증대될 수도 있으며,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음으로써 Earnings가 높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연결자회사의 실적이 기업의 연결재무제표 상의 Earnings를 크게 만들어 줄 수도 있고, 매출은 높게 나왔지만 정작 매출의 많은 부분이 실제 현금이 아닌 '매출채권'을 통해 창출한 것일 수도 있겠죠.

 

■ 정리


결국 기업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Cash flows의 숫자들을 파악해야 합니다. 하지만 PER에는 단순히 현재 주가와 당기순이익을 가지고만 구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왜곡합니다.


결론은 PER를 이용한 가치평가가 유용한 산업과 기업이 있는가 하면, PER를 대입했다가는 오히려 가치평가의 왜곡으로 불러올 가능성도 매우매우 높기 때문에 이를 지양해야 합니다. 해당 기업과 산업을 이해하고 PER뿐 아니라 때때로는 매출을 이용해서, 때로는 CFO(Cash from operation)를 이용하고 때로는 EV/EBITDA를 이용해서 현재 주가의 타당성을 대략적인 바운더리로 체크해놔야 합니다.


단순히 PER10을 대입해서 현재 적정주가는 16,000원이야. 라고 기준을 정한다면, 이는 정말 안하니만 못한 Valuation이라는 것이죠.


오늘은 PER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다음편에서는 이제 PSR과 EV/EBITDA, PEGR, Cash flows를 이용한 Valuation 등을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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